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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 커피 공정 (2) : 이산화탄소(CO2) 공법과 슈가케인 공법

by 렘군의 커피 이야기 2026. 4. 8.

 

커피의 짙은 향미는 사랑하지만 카페인 섭취가 부담스러운 분들에게 디카페인 커피는 가뭄의 단비 같은 훌륭한 선택지입니다. 지난 19편에서 물과 삼투압의 과학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를 알아보았다면, 이번 20편에서는 현대 과학 기술과 자연 원리가 결합된 또 다른 하이엔드 디카페인 공정인 '이산화탄소(CO2) 공법'과 '슈가케인(Sugarcane) 공법'을 심층적으로 해부해 보겠습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맛없다는 오랜 편견을 완벽하게 깨부수는 이 놀라운 가공법들의 매력을 지금 바로 확인해 보세요.

기체와 액체의 마법, 초임계 이산화탄소(CO2) 공법의 원리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쿠르트 초젤(Kurt Zosel) 박사가 개발한 이산화탄소(CO2) 공법은 기체와 액체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는 고도의 물리화학적 상태를 이용하는 최첨단 기술입니다. 우리가 숨을 쉴 때 나오는 무해하고 자연적인 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활용하여, 생두에서 오직 카페인만을 정밀하게 분리해 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공법의 마법은 이산화탄소를 '초임계 상태(Supercritical State)'로 만드는 데서 시작됩니다. 이산화탄소에 73 기압 이상의 엄청난 고압과 31℃ 이상의 온도를 가하면, 기체처럼 자유롭게 커피콩 내부의 미세한 기공으로 깊숙이 침투하면서도, 동시에 액체처럼 특정 물질을 강력하게 녹여낼 수 있는 밀도를 갖추게 됩니다. 뜨거운 수증기로 생두를 불려 기공을 열어준 뒤 이 초임계 CO2를 고압 탱크에 주입하면, CO2 분자가 마치 정밀한 자석처럼 오직 카페인 분자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하여 이를 밖으로 끌고 나옵니다.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등 커피의 고유한 맛과 향을 내는 다른 성분들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향미 손실을 극도로 억제하는 완벽에 가까운 과학적 원리를 자랑합니다.

CO2 공법의 빛과 그림자 : 완벽한 향미 보존과 막대한 설비 비용

초임계 이산화탄소 공법이 지닌 가장 위대한 장점은 단연 압도적인 '향미 보존력'입니다. 커피콩을 물에 장시간 담가두는 다른 디카페인 공정들은 불가피하게 커피 본연의 미세한 산미나 아로마가 물에 함께 씻겨 나가 맛이 다소 평면적으로 변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CO2 공법은 생두를 물에 담그지 않고 오직 가스 형태로 카페인만 쏙 빼내가기 때문에, 커피가 지닌 본래의 떼루아(Terroir)와 섬세한 세포 조직이 가장 완벽하고 단단하게 보존됩니다. 유기농 인증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한 천연 방식일 뿐만 아니라, 추출 후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일반 생두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훌륭한 산미와 복합성을 자랑하여 하이엔드 스페셜티 브랜드들이 매우 선호합니다.

하지만 이 뛰어난 공법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존재합니다. 바로 73 기압 이상의 엄청난 압력을 견뎌야 하는 특수 고압 탱크와 복잡한 가스 순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므로 초기 설비 투자 비용이 천문학적이라는 점입니다. 소규모 농장이나 영세한 가공소에서는 도입 자체가 불가능하며, 대규모 상업적 시설에서 대량의 생두를 처리할 때만 경제성이 확보됩니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훌륭한 맛을 얻는 대신 일반 원두나 다른 방식의 디카페인 원두보다 다소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경제적 한계가 있습니다.

사탕수수의 달콤한 변신, 슈가케인(EA) 공법의 친환경적 접근

최근 스페셜티 커피 시장, 특히 콜롬비아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세 번째 디카페인 방식은 바로 '슈가케인 공법(Sugarcane Process)'입니다. 화학 용어로는 '에틸 아세테이트(Ethyl Acetate, EA) 공법'이라고도 불립니다. 과거 석유에서 추출한 합성 EA 용매를 사용해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현재 스페셜티 업계에서 취급하는 슈가케인 공법은 콜롬비아 현지에서 풍부하게 재배되는 사탕수수 당밀을 자연 발효시켜 만든 '100% 천연 에틸 아세테이트'를 사용하는 친환경 방식을 의미합니다. 에틸 아세테이트는 바나나, 사과, 블랙베리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먹는 과일에서도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무해한 유기 화합물입니다.

가공 과정은 생두를 저압의 스팀으로 부드럽게 쪄서 수분을 공급하고 기공을 여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후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천연 EA 용매가 담긴 수조에 생두를 담그면, 이 용매가 내부로 스며들어 카페인 분자와 강하게 결합한 뒤 밖으로 끌고 나옵니다. 카페인이 충분히 제거된 후에는 깨끗한 스팀을 한 번 더 가해 생두에 남은 소량의 용매마저 완벽하게 증발시킵니다. 에틸 아세테이트의 끓는점은 약 77℃에 불과해 커피 로스팅 온도(200℃ 이상)를 거치고 나면 용매의 잔여물은 0.00%도 남지 않아 인체에 무해하고 매우 안전합니다.

컵에 담기는 화사한 단맛, 슈가케인 공법의 향미 특성과 추출 팁

슈가케인 공법은 다른 디카페인 방식들과 명확히 구분되는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인 향미적 특징을 컵에 남깁니다. 디카페인 과정을 거치는 동안 사탕수수 천연 용매 특유의 기분 좋은 단맛(Sweetness)과 과일 같은 에스테르 향이 생두 표면에 미세하게 코팅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슈가케인 디카페인 원두를 로스팅하여 추출해 보면, 디카페인 특유의 밋밋하거나 텅 빈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흑설탕이나 캐러멜, 그리고 열대 과일을 연상시키는 화사하고 쥬시(Juicy)한 단맛이 입안에서 폭발적으로 느껴집니다.

또한 콜롬비아 등 산지에서 커피가 수확되자마자 멀리 배를 타고 이동할 필요 없이 현지 가공소에서 즉각적인 디카페인 처리가 이루어지므로, 생두의 신선도(Freshness)가 압도적으로 높게 유지된다는 산업적 장점도 큽니다. 홈카페에서 이 원두를 즐기실 때는 특유의 풍부한 단맛과 질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속이 매우 빠른 원추형 하리오 V60보다는, 물이 커피 층에 오래 머무는 '칼리타 웨이브(Kalita Wave)' 같은 평저형 드리퍼를 사용하여 묵직하게 추출해 보시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풍성한 단맛의 밸런스가 당신의 홈카페를 한층 더 다채롭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마무리

지금까지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디카페인 트렌드를 선도하는 이산화탄소(CO2) 공법과 슈가케인 공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과거의 디카페인 커피가 단순히 카페인을 제거하는 데 급급해 맛과 향을 억지로 희생해야 했던 '어쩔 수 없이 마시는 커피'였다면, 현대의 디카페인 커피는 첨단 과학과 친환경 기술의 만남을 통해 일반 원두를 뛰어넘는 훌륭한 향미를 뽐내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디카페인'이라는 명칭에 대해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최근 식약처에서 디카페인 커피의 표시 기준을 기존 90% 제거에서 99.9% 제거로 대폭 강화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요. 그동안 우리가 '카페인이 아예 없다'고 믿고 마셨던 제품들 중 일부에는 생각보다 많은 양의 카페인이 남아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완벽하게 카페인이 제거되었다고 착각하기 쉬운 만큼, 더욱 엄격해진 기준에 맞춰 가공된 신뢰할 수 있는 원두를 선택하는 안목이 중요해졌습니다.

압도적인 향미 보존력과 깔끔함을 자랑하는 고급스러운 CO2 공법 원두와, 사탕수수의 달콤한 과일 향이 매력적으로 코팅된 슈가케인 디카페인 원두. 이 두 가지 방식은 그 자체로 뚜렷한 개성을 지닌 스페셜티 커피의 새로운 장르로 당당히 자리매김했습니다. 늦은 밤, 강화된 기준에 맞춰 생산된 안전한 원두와 함께 심장 두근거림이나 수면 걱정 없이 커피의 깊고 황홀한 향기를 온전히 누려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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